울산이 광역시로 승격 한지도 벌써 26년이 됐다. 외형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 왔지만 그 속을 한번 들여다보면 기형적인 도시의 병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도심 도로망이 80년대에 머물러 있어 현재의 교통량을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역부족인 현상을 알 수 있다. 도시 인프라의 기본은 도로망인데 이것이 바로 건강한 도시의 성장을 말해주고 있다. 아파트와 고층주상복합건물들이 들어섰다고 해서 도시의 면모를 자랑할 수 없듯이 도심 도로망도 같이 발전해 나가야 올바른 도시의 면모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울산시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제2 명촌교 건설이 드디어 정부의 예타(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하고 국비 855억 원을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건설 기대에 한층 고무되고 있다. 남구와 중구. 북구 간 연결구간이었던 명촌교(산업로)와 학성교가 출퇴근 때 상습정체로 이어져 근로자들의 고통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사는 2026년에 착공해서 2029년에 완공된다고 하니 하세월의 기간이 무심하기 짝이 없다. 여기에 지역 정치인들도 예타 통과 후에는 울산시에 일임해 놓고 그냥 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요즘 울산시가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 중에 태화강에 3,600억 원을 투입해서 오페라하우스 등 문화 레져 시설들을 건립한다고 한다. 울산시민들의 숙원사업인 제2 명촌교 건설보다 예산을 두 배로 투입해서 2025년 착공해서 2027년에 완공한다고 하니 말 문이 막힐 지경이다. 어째서 울산시는 시민들의 고통은 강 건너 불 보듯이 하고 무엇이 급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서둘러 추진하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유치 준비라 하지만 어떤 사업이든 우선순위가 있듯이 시민들이 즐기는 것보다 당장 생업에 직결된 교통개선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태화강에 이 같은 시설물들을 설치했을 때 과연 홍수에는 문제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태화강의 홍수 역사를 보면 1969년 9/14일에 495mm가 내려 태화강 주변 일대가 물바다가 되었고 이후 1991년 태풍 글래디스 때 417mm가 내려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낳았다. 그리고 2016년 태풍 차바 때는 시간당 104mm로 평균 280mm가 내렸는데도 중구 태화동 일대와 구시가지 침수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컸다. 적은 비에도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도시개발로 인해 지면 빗물 침투율이 낮아 그 물줄기가 한곳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태화강의 무분별한 개발로 강물의 유속이 느려 갑작스럽게 물이 불어나 지류 하천의 물 빠짐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태화강에는 수많은 시설물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그리고 자연 생태계 보전이란 명목으로 모래섬들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특히 동천강의 엄청난 물줄기와 합류하면서 유속을 느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시설물들을 설치한다는 것은 자칫 태화강 홍수에 치명적인 과오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만 하다. 기후변화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듯이 홍수는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제2 명촌교 조기 건설을 위해서는 자금 수급을 말하겠지만 굳이 정부 지원금만 쳐다보고 기다리면 시민 고통쯤은 언제 덜어질지 요원할 뿐이다. 울산시에서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융통성만 잘 발휘한다면 먼저 시 재정으로 일부 충당하고 건설하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시민 고통부터 덜어주는 것이 조기 건설의 타당성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도심 도로망은 사람의 혈관과도 같아 온몸 구석구석까지 피가 잘 통해야 건강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날마다 생업에 바쁜 시민들은 도로정체로 겪는 고통을 자기최면으로 달래고 있다. 그래서 제2 명촌교 건설이야말로 울산시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아 하루빨리 조기 건설이 이뤄지도록 간곡히 촉구해 본다.
○ 평소 시정발전에 협조하여 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 귀하께서 문의하신 제2명촌교 조기건설 촉구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답변드립니다.
- 제2명촌교 도로개설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관련 법에 따른 제반 절차를 이행하지 않으면 공사 착공이 불가능하며,
- 이에 따라 우리 시에서는 현재 실시설계 이전 단계인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본 용역 결과에 대한 검토가 완료되는 즉시 실시설계를 진행할 계획이며,
- 제2명촌교 도로 개설의 필요성은 우리 시에서도 공감하고 있어, 제반 절차를 조속히 이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우리 시의회에서는 본 건에 대하여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겠으며, 앞으로도 귀하와 시민분들의 목소리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의정 활동을 펼쳐 나가겠습니다.